[에세이 칼럼] 195화 자신의 맥주를 잘 알리기 위해서 (feat. 야맥축제)

좋은 차를 준비하는 사람을 넘어, 좋은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을 넘어, 사람의 마음에 오래 남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하나씩 준비해 가려 한다.

기사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사진=김기천 칼럼니스트]

 

좋은 제품보다 먼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진심이다

지난 6월 초. 처음으로 아이를 부모님 댁에 맡긴 날이었다. 오랜만에 둘만의 시간을 보내게 된 아내와 나는 지역에서 열리는 '야맥축제'를 찾았다. 이름 그대로 야간에 열리는 맥주 축제다. 사실 이 축제는 매년 열리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 가족은 지난해 처음 방문했다. 처음 가보는 축제였기에 사람 구경도 하고, 어떤 분위기인지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금세 지나갔다. 올해는 조금 달랐다. 이미 한 번 경험해 본 만큼 이번에는 천천히 둘러보고 싶었다.

 

맥주와 전통시장의 만남

축제장에 들어서자 익숙한 풍경이 펼쳐졌다. 지역 곳곳에서 생산된 맥주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고, 전통시장 상인들은 다양한 먹거리를 준비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맥주와 전통시장.'

처음에는 조금 낯선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둘러보니 의외로 잘 어울렸다. 지역 축제와 전통시장이 함께 만들어가는 하나의 큰 행사처럼 느껴졌다. 알고 보니 올해는 야맥축제가 10주년을 맞이한 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규모도 예전보다 훨씬 커진 것 같았고,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도 정말 많았다. 맥주 한 잔을 사기 위해서도 긴 줄을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나와 아내도 마음에 드는 맥주를 하나씩 고른 뒤 줄을 섰다.

 

시선을 붙잡은 것은 맥주가 아니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었지만 이상하게 지루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줄을 서 있는 동안 자연스럽게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다. 그때 내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맥주가 아니라 맥주를 판매하는 사람들이었다. 끊임없이 손님이 찾아왔고, 주문을 받고, 맥주를 따르고, 계산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도 얼굴에는 웃음이 있었다. 손님이 다가오면 밝게 인사를 건넸고, 처음 맥주를 접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맛인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이 맥주는 과일 향이 은은하게 납니다."

"목 넘김이 부드러워 처음 드시는 분들도 좋아하세요."

"저희 지역에서 직접 만든 맥주입니다."

짧은 설명이었지만 그 안에는 자신들이 만든 맥주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좋은 것은 알려져야 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정말 바쁘고 정신없는 상황인데도 자신의 맥주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구나. 그리고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참 소중하게 대하는구나.'

그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잠시 생각해 보니 나 역시 비슷한 꿈을 꾸고 있었다. 언젠가 전통찻집을 열고, 내가 좋아하는 차를 사람들에게 소개하며, 『꽃차에 스며든 나의 이야기』라는 자서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는 꿈 말이다. 아직은 준비하는 과정이지만, 언젠가는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전해야 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이하게 될까. 좋은 차를 준비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만으로 끝일까.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아무리 좋은 것도 제대로 전해지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 가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진심은 설명을 넘어 전달된다

그날 축제에서 만난 상인들은 그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자신이 만든 것을 믿고, 그 가치를 진심으로 설명하며, 웃으며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 그것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누군가 차를 마시러 왔을 때 차의 향만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차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전하는 사람. 프로그램을 소개할 때 일정만 안내하는 사람이 아니라, 왜 이 프로그램을 만들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준비했는지를 함께 나누는 사람.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화려한 말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배우게 되었다.

 

미래를 미리 만난 하루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게는 배움이 가득했던 축제였다. 맥주를 마시러 갔다가 판매의 기술보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고 돌아왔다. 좋은 것을 만드는 것만큼, 그것을 진심으로 전하는 일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오래 기억하고 싶다. 언젠가 내 찻집에도 누군가 찾아온다면, 차 한 잔을 건네며 따뜻하게 인사를 나누고, 내가 준비한 프로그램을 웃으며 소개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함께 생각해볼 질문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얼마나 진심으로 전하고 있는가

나는 지금 내가 믿는 가치와 이야기를 진심으로 전하고 있는가.

그리고 사람들은 나를 통해 무엇을 기억하게 될까.

 

결국 사람을 남기는 일

어쩌면 그날의 야맥축제는 맥주를 마신 하루가 아니었다. 미래의 내 모습을 조금 먼저 그려본 하루였다. 좋은 차를 준비하는 사람을 넘어, 좋은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 좋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을 넘어, 사람의 마음에 오래 남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하나씩 준비해 가려 한다.

 

결국 오래 기억되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그것을 전하는 사람의 진심일 테니까.

 

✍ ‘보통의가치’ 뉴스는 작은 일상을 기록하여 함께 나눌 수 있는 가치를 전하고 있습니다.

작성 2026.07.12 22:48 수정 2026.07.12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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