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투기 한 대의 향방이 동지중해의 판도를 흔든다. 미국 레이건 연구소의 로저 자키임 소장이 12일 방영된 폭스뉴스 프로그램에서 튀르키예가 하마스를 지원하며 미국의 이익에 반해 움직인다고 직격했다. 이 발언은 7월 7일 앙카라 나토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튀르키예 제재 해제와 F-35 복귀 검토를 시사한 직후 터져 나왔다. 러시아제 S-400, 미 의회의 법률, 이스라엘의 경고가 얽힌 이 매듭은 단순한 무기 거래가 아니다. 미국이 두 동맹 사이에서 어느 쪽에 무게를 실을 것인가를 묻는 시험대다.
S-400이라는 족쇄
튀르키예와 미국을 갈라놓은 것은 한 대의 러시아제 방공망이었다. 앙카라는 2019년 S-400을 인수했고, 워싱턴은 그해 튀르키예를 F-35 사업에서 퇴출했다. 2020년에는 적성국제재법(CAATSA)으로 방위산업청까지 제재했다. 스텔스기의 비밀이 러시아 레이더에 읽힐 수 있다는 우려가 명분이었다. 그런데 7년 만에 문이 다시 열릴 조짐이 보인다. 2026년 7월 7일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을 곁에 두고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말했다. F-35 복귀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할 사안"이라 했다. 이튿날에는 "아직 결심하지 않았다"며 한 발 물러섰다. 대통령의 의지와 법률 사이에 놓인 간극이 그만큼 깊다는 뜻이다.
레이건 연구소의 직격과 의회의 제동
논쟁의 중심에 레이건 연구소가 섰다. 로저 자키임 소장은 12일 방영된 폭스뉴스 시사 프로그램에서 F-35의 전략적 무게와 튀르키예의 지정학적 위치를 짚으며, 튀르키예가 하마스를 지원하고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보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런 시각은 워싱턴 안에서 결코 소수 의견이 아니다. 미 의회는 초당적으로 제동을 걸고 있다. 2020년 국방수권법은 튀르키예가 S-400을 더는 보유하지 않았음을 대통령이 인증해야 F-35 이전이 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제재 해제와 전투기 판매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끝나지 않는 까닭이다. 이스라엘도 강하게 반발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튀르키예에 전투기와 엔진을 주면, 중동의 힘의 균형이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그리스와 키프로스, 아르메니아를 거론하며 우려를 표한 의원들도 있다.
앙카라의 셈법
앙카라의 셈법은 다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미 다섯 대의 기체를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하칸 피단 외무장관은 두 정상 모두 제재 해제에 강한 의지가 있으나 문제는 미 의회라고 말했다. 튀르키예에 F-35는 무기 이상의 상징이다. 그것은 서방 체제의 중심으로 되돌아온다는 증표이며, 지역 강국의 지위를 인정받는 문서다. 워싱턴의 셈법도 단순치 않다. 튀르키예는 흑해와 지중해를 잇는 길목을 쥐고 있고, 나토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군대를 보유하며, 시리아와 이란 문제에 깊이 관여한다. 지난달 미 국무부는 튀르키예 국산 전투기 ‘카안’에 들어갈 F110 엔진 약 80기, 7억 달러 규모의 수출을 의회에 통보했다. 해법으로 S-400을 제3국으로 옮기는 방안이 거론되나, 어느 것도 확정된 바 없다.
비행기가 아니라 질문이다
결국 F-35는 비행기가 아니라 질문이다. 미국은 동지중해에서 두 동맹, 튀르키예와 이스라엘 사이의 무게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 워싱턴이 앙카라에 스텔스기의 문을 열어 준다면, 그것은 새 지역 질서가 튀르키예를 축으로 다시 짜인다는 선언이 된다. 반대로 문이 닫힌 채로 남는다면, 앙카라는 유럽의 유로파이터와 국산 ‘카안’으로 제 길을 갈 것이다. 어느 쪽이든 값은 비싸다. 지정학은 결코 서류 위에서만 움직이지 않는다. 조종석에 앉을 사람, 국경 마을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사람들의 삶이 그 결정에 매여 있다. 지금 앙카라와 워싱턴 사이에 놓인 것은 전투기 몇 대가 아니라, 서로를 동맹이라 부를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