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민요 남성 명창 정남훈, 서울특별시무형유산 재담소리 전승교육사 지정… 사라져가는 남성 소리맥 잇는다

경기민요 남성 명창 정남훈

전통예술은 무대 위 공연만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축적된 기예와 소리의 맥을 사람을 통해 전하고, 다시 다음 세대로 연결하는 과정이 있어야 비로소 생명력을 유지한다. 경기민요 남성 명창 정남훈이 서울특별시무형유산 제38호 재담소리 전승교육사로 지정된 것은 이러한 전승 체계의 연속성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담소리는 경기민요의 경토리를 기반으로 소리와 아니리, 발림, 재담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서울·경기 지역의 대표적인 전통 성악 연희다. 노래만을 들려주는 공연이 아니라 이야기와 몸짓, 연기, 해학을 함께 담아내는 복합 예술로, 전통 공연문화의 다양한 요소를 집약한 장르로 평가받는다.

재담소리의 예술적 체계는 근대 경기 명창 박춘재에 의해 정립됐다. 이후 시대 변화와 함께 명맥이 끊길 위기에 놓였지만, 초대 보유자인 백영춘 명창이 1998년부터 자료 조사와 복원, 공연 활동을 지속하면서 전승 기반을 다시 구축했다. 이러한 노력은 2008년 재담소리가 서울특별시무형유산 제38호로 지정되는 결실로 이어졌고, 제도적 보호 아래 체계적인 전승이 가능해지는 계기가 됐다.

정남훈 명창은 이러한 전승 과정 속에서 재담소리를 꾸준히 익히고 현장에서 활동해 온 인물이다. 그의 재담소리 활동은 2004년 하남시국악협회 정기공연에서 경기민요 명창 박윤정, 재담소리 초대 보유자 백영춘 명창, 현 보유자 최영숙 명창과 함께 재담소리극 「장대장타령」 무대에 오르면서 시작됐다.

이후 백영춘 명창에게 재담소리를 사사하며 기량을 다졌고, 2012년 재담소리 이수자로 인정받았다. 공연뿐 아니라 교육과 연구 활동을 병행하며 재담소리의 예술성과 전승 체계를 꾸준히 탐구해 왔으며, 이러한 활동이 축적된 결과 2026년 서울특별시무형유산 제38호 재담소리 전승교육사로 지정됐다.

전승교육사는 단순히 기량을 갖춘 연희자를 의미하지 않는다. 해당 종목의 전통적 기법과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고 이를 후학에게 체계적으로 전수할 수 있는 역량을 인정받은 전승 주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공연 활동과 함께 교육, 기록화, 학술 연구까지 수행해야 하는 만큼 문화유산 보존의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정남훈 명창의 이력은 경기민요와 재담소리를 함께 아우른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그는 국가무형유산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이자 국가무형유산 제29호 서도소리(배뱅이굿) 이수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1년 제37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민요부 장원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경기민요 전승 환경에서 남성 명창의 존재는 더욱 희소한 의미를 갖는다. 경기민요는 안비취, 묵계월, 이은주 등 여성 명창들을 중심으로 전승 체계가 형성되면서 오늘날에는 남성 소리꾼을 찾아보기 어려운 분야로 꼽힌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정남훈 명창은 경기민요의 남성 소리맥을 이어가는 동시에, 경기민요를 기반으로 발전한 재담소리의 원형을 함께 계승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문화유산의 지속 가능성은 뛰어난 공연자 한 명의 존재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예능의 원형을 기록하고 교육하며 새로운 전승자를 길러내는 구조가 함께 마련될 때 비로소 세대를 넘어 이어질 수 있다. 재담소리 전승교육사 지정은 개인의 성취를 넘어 전통 성악 연희가 미래 세대와 연결되는 기반을 강화하는 과정으로도 읽힌다.

최근 전통예술계에서는 공연 중심의 보존을 넘어 디지털 기록과 아카이브 구축, 교육 프로그램 확대를 통해 전승 기반을 넓히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재담소리 역시 공연예술을 넘어 역사와 기법, 구술 자료를 함께 축적하는 작업이 중요한 과제로 제시되고 있으며, 전승교육사의 역할 또한 더욱 확대되고 있다.

정남훈 명창은 "재담소리는 경기민요를 바탕으로 형성된 우리 고유의 전통 성악 연희"라며 "앞으로도 재담소리의 원형을 충실히 연구하고 공연과 전승교육, 아카이브 구축을 지속해 전승 기반을 넓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 성악 문화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무형유산은 형태가 없는 문화이기에 사람을 통해 이어질 때 비로소 존재한다. 전승교육사로서 새로운 역할을 맡게 된 정남훈 명창의 활동은 경기민요와 재담소리가 다음 세대에서도 살아있는 전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작성 2026.06.27 16:28 수정 2026.06.2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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