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말해 봐

‘진짜 원하는 것’에 대해 묻는 따뜻한 판타지

성적과 경쟁 속에서 잊고 지낸 감정의 회복

1000살 고양이가 들려주는 위로의 문장들

“소원을 말해 봐” 

1000살 고양이가 건넨 가장 따뜻한 질문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원하며 살아간다. 더 좋은 직장, 더 높은 연봉, 더 좋은 성적, 더 비싼 집, 더 많은 인정. 하지만 정작 누군가 “당신의 진짜 소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쉽게 답하지 못한다. 김민정 작가의 《요술 고양이의 주문, 얌 야옹야옹 양》은 바로 그 지점에서 독자의 마음을 건드린다.

 

이 작품은 어린이 동화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아이보다 어른이 더 깊이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작품 속 주인공 하루는 공부와 학원에 지쳐 살아가는 평범한 아이지만, 그의 모습은 경쟁 속에서 하루를 버텨내는 오늘날의 어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작가는 ‘소원’이라는 판타지적 장치를 통해 현대인이 잃어버린 감정과 욕망의 본질을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꺼내 보인다.

 

이야기의 시작은 무척 사소하다. 학교 담벼락 앞에서 졸고 있던 하루가 우연히 떨어지는 고양이를 받아 주게 되면서 모든 사건이 시작된다. 그런데 그 고양이는 무려 1000살을 먹은 요술 고양이다. 민망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낀 고양이는 하루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여기서부터다. 대부분의 동화라면 주인공은 기다렸다는 듯 소원을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는 망설인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 설정은 단순한 어린이 동화를 넘어 현대 사회의 초상을 보여 준다. 사람들은 늘 목표를 향해 달려가지만, 정작 그것이 자신의 진짜 바람인지 돌아볼 시간은 갖지 못한다.

 

작품 속 하루 역시 영어 점수를 올리고 싶어 하고, 유행하는 장난감을 갖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것들을 손에 넣고도 마음은 개운하지 않다. 더 좋은 점수, 더 멋진 장난감이 다시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 장면은 소비와 경쟁의 구조 속에서 끊임없이 결핍을 느끼는 현대인의 모습을 닮아 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메시지를 억지로 강요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작가는 교훈을 앞세우지 않는다. 대신 능청스럽고 투덜거리면서도 은근히 다정한 고양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진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네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 봐.”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이 메시지는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특히 성인 독자에게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우리는 오랫동안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아오는 데 익숙해져 있다. 부모의 기대, 사회의 기준, 조직의 성과, 타인의 시선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정작 자신의 감정은 뒤로 밀려난다.

 

하루가 끝내 깨닫게 되는 ‘진짜 소원’은 거창하지 않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진실하게 다가온다. 작가는 행복이 거대한 성공이나 특별한 결과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 편히 숨 쉴 수 있는 평범한 순간 속에도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이야기한다.

 

박지윤 작가의 그림 역시 작품의 분위기를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과장되지 않은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표정 묘사는 이야기의 감정을 더욱 섬세하게 전달한다. 특히 고양이의 시큰둥한 표정과 하루의 흔들리는 감정선은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전달될 정도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 작품이 가진 ‘속도’다. 자극적이지 않고 천천히 흘러간다. 최근 콘텐츠들이 빠른 전개와 강한 자극에 익숙해진 독자들을 붙잡기 위해 경쟁하는 것과 달리, 이 책은 오히려 느린 호흡으로 마음을 두드린다. 그리고 바로 그 느림이 독자에게 생각할 틈을 만든다.

 

성인 독자들이 이 작품에서 위로를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누군가 재촉하지 않고, 성과를 요구하지 않고, 그저 “정말 원하는 게 뭐야?”라고 조용히 물어봐 주는 경험은 생각보다 귀하다.

 

《요술 고양이의 주문, 얌 야옹야옹 양》은 어린이를 위한 동화이면서 동시에 지친 어른들을 위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작품은 화려한 판타지나 거대한 사건 없이도 충분히 깊은 울림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독자에게 가장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질문 하나를 남긴다.

 

“당신은 지금 무엇을 진짜로 원하고 있는가?”

 

어쩌면 우리는 너무 오래 정답만 찾으며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잠시 멈춰 서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라고 말한다. 1000살 고양이의 투덜거림 속에서 이상하리만큼 따뜻한 위로가 느껴지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일 것이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6.05.11 09:34 수정 2026.05.18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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